모든 항구는 신호들을 끌어당기지만, 그 중 어떤 항구는 힘이 너무 강해 블랙홀처럼 신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놓는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모든 게 다 끝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바닥으로부터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 밖으로 보낼 수 있을까? 아주 멀리에서 너무도 느리게 움직여서,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신호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거대한 힘의 방향과 성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이 전시의 신호들은 서로 다른 항구에서 왔다.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고 모호하며 때로 괴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목까지 가득 차오른 눈물을 어디다 쏟아야 할지 모른 채 한밤의 항구에 서 있는 이에게, 우리의 신호는 갑자기 굴러가는 분홍색 사과이기도 하고 누군가 토해놓은 미끈한 점액이기도 하다. 자욱이 미세먼지가 뒤덮인 바닷가에서 저 멀리, 누군가 손을 흔드는 것 같은 그림자를 본다. 경계에 다다를 때까지 아주 멀리 달려 갔을 때에만 희미하게 잡히는 다른 주파수에 귀를 기울인다. 신호란 무언가를 변할 수 있게 하고, 변할 수 있는 힘을 실현하는 것. 신호들은 광막한 밤의 별들처럼 드문드문 떠서 서로를 비춘다.
서울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낮수업에서 진(zine)을 만드는 창작자 22명이 5년간 만든 진 이미지 300여 점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행진하게 만든 작품.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이 절대로 대신 해줄 수 없다는 진의 윤리에 따라, 작품에 참여한 개개인들은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언어가 아닌 형태로 그리거나 외친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의 신호로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로 움직인다. 이 퍼레이드는 관람객이 본인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기기를 이용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진 이미지에는 대체텍스트가 있어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도 스크린리더를 통해 들어서 관람할 수 있다. https://pzzz.ink
무밍
<점액 mucus> 영상, 옥사, 조각, 끈, 광목, 혼합매체, 2021
기억이 남기는 것은 반짝이는 점액질의 길. 무거워서 꿀꺽 되새김질 뱉기. 저는 가진 게 많아요. 배불리 먹었습니다. 2019년 11월에 도착한 홍콩에서 강정으로 강정에서 다시 여기 저기로 쭈욱 주욱 먹고 자랐습니다. 밋밋한 몸이 지나는 길이 벽을 타고 오릅니다. 촉촉하게 보호해줘. 상처를 매만져 줘. 이 점액의 길은 부드러운 몸이 스르륵 미끄러지게 해. 곧 나는 다른 점액의 길을 따라가.
신원정
<이 곳에 잠깐 놓아두려고요> 무선통신장치, 실로폰 소리장치, 2021
'그 곳'이 '그 때'가 이야기가 되어 기억 속에 머문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장소, 그 시간과 어떤 정서를 나누어 갖는다. 우리가 '그 곳'을 찾아가거나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때'의 기억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장소에게 다시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듣기도 한다. <이곳에 잠깐 놓아두려고요>는 이야기들을 무선 통신 신호로 만들어 특정 장소에 놓아두는 작업이다. 신호는 무언가, 누군가의 접속을 기다린다. 닿을 수 있을까. 기억이 이어질 수 있을까.
주재훈
<협동화장실> 나무, 시멘트, 2021
아직 솜씨 좋은 목수가 못 돼서 쓸모없는 것을 만들게 될까 염려가 많습니다. 평지, 경사로, 기둥, 문, 벽, 지붕이 부디 제 역할을 해내서 찾아온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길 바랍니다.
blblbg
<NO SIGNAL> 6채널 비디오, 사운드장치, 2021
모든 것이 부서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 이것은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으로 향했던 이의 이야기다. 그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던 환대를 받는다.
전시장 향기 설명
<신호가 되는 내음들> 후각디자인 김화용
나무의 가지가 꺾이면 끈끈한 액이 맺힌다. 이렇게 분비된 액이 굳어 만들어진 ‘수지‘는 식물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고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예로부터 인간은 다양한 나무에서 식물성 수지를 얻어 상처를 치료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우리가 폐허의 현장에서 다시 살아가는 힘의 원천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중에서 새 생명이나 낯선 손님을 맞이할 때 쓰였던 식물 수지의 향을 의 작품에 가져왔다. 특히 작가가 도호쿠 지역을 통과하며 만났을 그 지역 기후의 나무를 상상해 향을 더하고 에너지를 입혔다. 끈적한 땀이 흠뻑 흘렀을 오키나와-홍콩-강정으로 이어진 <점액 mucus>의 걸음걸음은 스스로와 주변을 보듬는 식물의 수지와 닮았다. 열대지역 나무의 수지는 뜨거운 볕의 차단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때론 그늘이 되고 약이 되는, 작가가 걸으며 만났을 식물의 향을 더했다.
*전시장에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내자가 있습니다. 안내자는 작품 해설사가 아닌, 조력자의 역할을 합니다. 작품 관람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음성언어로 요청하셔도 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문자, 전시장에 비치된 노트와 펜으로 필담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내자는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자 강정마을 지킴이들입니다.
*전시장에 입장하시기 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방문자가 방문시간과 연락처를 남깁니다. 입장 전에는 비치된 소독제로 꼭 손을 소독해주세요. 또한 이 전시에는 만져서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관람 전에 꼭 다시 손소독을 해주세요.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담긴 수어 해설 화면과 스피커로 나오는 음성 해설, 점자로 된 종이 인쇄물, 큰글자로 된 한글, 영어 인쇄물이 있습니다. 또한 모든 정보는 웹사이트 fragments2021.ink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 작품 중 일부는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무선 인터넷 (wi-fi) 신호를 잡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전시장에 비치된 스마트폰을 빌려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싶으신 분들은 입구에 비치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시면 됩니다. 잘 모르실 경우에는 안내자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해주세요.
*전시장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조향된 특별한 향기가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한 자연성분으로 만들어졌고 강하지 않은 향이지만 알러지가 있으시거나 향에 민감한 분들은 유의해주세요.
*<항구로부터, 신호>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 비수기는 강정평화상단 협동조합 감귤 선과장을 귤이 수확되지 않는 비수기 동안 서귀포 지역 대안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은 강정마을과 제주도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제주도와 강정에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불법공사와 국가폭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을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문화공간 비수기는 ‘차별없는가게’로 자세한 접근성 관련 정보는 차별없는가게 웹사이트 wewelcomeall.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항구로부터, 신호> 전시에서는 문화공간 비수기 상설전 <강정예술행동보고서>를 함께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비수기연구소와 강정활동가들이 참여 연구한 강정마을 예술행동주의 연구보고서를 시청각 아카이브의 형태로 설치한 작품입니다.
This exhibition is a story about numerous ports and signals in the world.
Every port pulls in signals, some of which have such strong power that they trap signals powerless like a black hole. When it feels like we cannot do anything and everything has come to an end, how can we create new signals from the bottom and send them out? How can we encounter the signals that move so slowly from a far distance that it is difficult to realize that they even exist? Can we change the direction and nature of a gigantic power?
Signals in this exhibition came from different ports. They look like they do not have any connections, seem obscure, and even feel eccentric. To those standing at the midnight port not knowing where to pour out their tears that have welled up to their neck, our signals may be a pink apple that suddenly roll down, or slippery mucus that someone has thrown up. At the seashore wrapped up in thick layers of fine dust, we see something of a shadow of someone waving from afar. We listen to the sounds of different wavelength that could be faintly captured when we run as far out to reach the boundary. Signaling is realizing the power that can change something, and the power to change itself. Signals are scattered sparsely and shine on one another like the stars in the vast night sky.
Dates
June 23 – July 25, 2021 (11:00-18:00, Closed on Monday and Tuesday)
Nodeul School for the Disabled (Go Ji-seon, Kim Gyeong-nam, Kim Su-jin, Kim Jang-gi, Kim Ju-hui, Kim Hui-suk, Bak Man-sun, Bak Seong-suk, Bak So-min, Bak Ju-won, Bak Hui-yong, Son Won-ju, Sin Seung-yeon, Sin Hyeon-sang, Jeong Ji-min, Yi Bong-gyu, Yi Seung-mi, Yi Yeon-ok, Im Gi-ha, Jeong Hye-un, Choe Jae-hyeong, and Hwang Im-sil) mooming, Wonjung Shin, Ju Jaehun, blblbg
Design by
Dah Yee Noh
Olfactory Design by
Hwayong Kim
Sign Language Translation by
Chang Jinseok
Filming & Photography by
Ueta Jiro, Yiyagi
Translated by
Soonyoung Choi
Hosted by
dianalab
Sponsored by
Arts Council Korea (ARKO)
In Cooperation with
Gangjeong Peace Cooperative & Bisugi Research Center, and Infoshop Café Byulkkol
About the Exhibition
Nodeul School for the Disabled, Zine Class
Go Ji-seon, Kim Gyeong-nam, Kim Su-jin, Kim Jang-gi, Kim Ju-hui, Kim Hui-suk, Bak Man-sun, Bak Seong-suk, Bak So-min, Bak Ju-won, Bak Hui-yong, Son Won-ju, Sin Seung-yeon, Sin Hyeon-sang, Jeong Ji-min, Yi Bong-gyu, Yi Seung-mi, Yi Yeon-ok, Im Gi-ha, Jeong Hye-un, Choe Jae-hyeong, and Hwang Im-sil
<Floating Zine Parade> Web screen installation, 4-channel sound, 2020
work in which over 300 zine images created by 22 zine creators, who have created zine at the day class of Nodeul School for the Disabled in Seoul for five years, are parading through an online platform. According to the ethics of zine-making that everyone has something that they want to say and that no one can say that in someone else’s place, every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creating this work has drawn or shouted out what they wanted to say in non-verbal form. And they move in a loosely connected manner as a signal. This parade can be continued through by the visitors’ with their own smartphones or tablet PCs. Also, each zine image has alternative text that allows the persons with visual disabilities to enjoy the exhibition through a screen reader. https://pzzz.ink
What memory leaves behind is the path of shiny mucus. I am so heavy that I have been swallowed, ruminated, and spat out. There is so much that I have. I am well-fed. Moving from Hong Kong, where I arrived in November, 2019, to Gangjeong, and then from Gangjeong to here and there, I have been fed and have grown continuously. The path where the sleek body passes climbs up the wall. Protecting moistly. Soothing the scars. This path of mucus lets the soft body slither smoothly. Then I follow another path of mucus.
Wonjung Shin
<Let Me Leave This Here for a While> Wireless communication device, xylophone sound device, 2021
“That place” and “that time” become a story and remain in memory. Then, we come to share a certain sentiment with that time and space. When we go to “that place” or recall it in our mind, we take out the memories of “that time” or tell the story back to the space. And it is, at times, heard by something or someone. Let Me Leave This Here for a While is a work which rendered these stories into wireless communication signals and placed them in a specific space. Signals await the access from something, or someone. Can they be reached? Can memories carry on?
Ju Jaehun
<Collaborative Restroom> Wood, cement, 2021
Not being a very skillful carpenter yet, I have many concerns about creating something useless. I hope the flatland, ramp, columns, door, walls, and roof serve their respective functions to help save the trouble for the visitors.
blblbg
<NO SIGNAL> 6-channel video, sound device, 2021
What happens at a site where everything has been destroyed that nothing seems to remain? This is a story of someone who headed to the site of Tohoku earthquake and Fukushima Daiichi nuclear disaster after it occurred in march, 2011. They met strangers at a place that they had never been before, and received hospitality that they had never experienced before.
About the Scent of the Exhibition Venue
<Scent That Become Signals> Olfactory Design by Hwayong Kim
When a tree branch snaps, sticky sap oozes out of the branch. The “resin” that is created from the secreted sap being solidified will help the plant recover from the scar and protect itself. From old times, people have obtained plant resin from various trees to treat their wounds and find repose of mind. It is probably like us regaining the source of power to carry on living at a site of ruins.
The scent of plant resin, which was used to greet a new life or unfamiliar guests, is brought to the piece, NO SIGNAL. In particular, I imagined the trees that may grow in the climate of Tohoku, of which the artist may have encountered on their path, and added scent and energy accordingly.
Mucus, in which the sticky sweat ran from Okinawa through Hong Kong and to Gangjeong, its every step resembles the plant resin that embraces itself and what surrounds it. The tree resin in tropical regions can serve as blocker that blocks the scorching heat. I added the scent of plants that the artist would have encountered, which served at times as shades and at others as medicine.
*Accessibility Assistant will be available for visitors at the exhibition venue. Accessibility Assistant serves not as a docent, but an assistant. When the visitors need assistance in viewing works, they could ask questions or request assistance to them. It can be done through verbal language or by means of written communication with smartphone texting or using pen and notebook placed at the venue. Access Assistants are the residents and guardians of Gangjeong Village.
*At the entrance of the exhibition venue, we offer an introductory video of the exhibition in Korean Sign Language, an audio description of the exhibition, braille leaflets and large print leaflets (Korean/English). The venue is stroller and wheelchair accessible, and is equipped with wheelchair-accessible all gender restroom. Visitors may bring animals to the exhibition venue.
*To prevent the spread of COVID-19, all visitors must leave their time of visit and contact before entering the exhibition venue. Visitors are asked to sanitize their hands with the hand sanitizer before entering. There is a work that the visitors may touch, which require the visitors to sanitize their hands once again before touching the work.
*At the entrance of the exhibition venue, we offer an introductory video of the exhibition in Korean Sign Language and an audio speaker that explains the exhibition space and reads the content of the leaflets aloud via audio. Visitors may also take braille leaflets and large print leaflets (Korean/English) at the entrance. All the information is also made available at our website: fragments2021.ink.
*Part of the exhibited works may be viewed with one’s own smartphone by connecting to the wireless network. Visitors with no smart device may borrow the smartphone placed at the exhibition venue to view the work. Those who want to access the wireless network may do so by typing in the wireless ID and password placed at the entrance of the exhibition venue. If you have difficulty finding them, please ask the Access Assistants for help.
*The venue will be sprayed with scent specially made for this exhibition. It is made from natural substances that are harmless to humans and the scent would not be too strong, but we advise those who have allergies or are sensitive to smell to be aware of this in advance.
*Space Bisugi, the exhibition venue for Signals, From the Port, is a project which utilizes the tangerine packing house for Gangjeong Peace Cooperative during the off-seasons (which in Korean is “bisugi”) as the alternative cultural space of Seogwipo area. Gangjeong Peace Cooperative is a cooperative that sells fresh agricultural products of Jeju Island and Gangjeong Village through direct trading. It was established with the purpose of supporting local communities and informing more people about the illegal construction of US naval base and the state violence involved in that process.
*Space Bisugi is one of the participants of “Project We Welcome All.” For more information on matters pertaining to accessibility, please check out the “Project We Welcome All” website at wewelcomeall.net.
*During the exhibition, Signals, From the Port, visitors may also view Space Bisugi’s permanent exhibition, Gangjeong Art Activism Report. It is an installation in visual and audial archive format that shows the research report on the Art Activism of Gangjeong Village, in which Bisugi Research Center and Gangjeong activists have participated in 2020.